지난 몇 개월 간 KPC는 불안해 보였습니다. 그러더니 2주 전에 출장 일정이 잡혔고요. 오늘은 출장 마지막 날. 자신의 신체를 끌고 돌아왔어야 할 KPC에게서 온 것은 몇 줄의 글자와 사진 하나입니다. ‘가장 사랑하게 될 아이에게 당신 이름을 붙였어. 보러 와 줬으면 좋겠는데. 그러니까 주소를 알려줄게요. 26번지, 버트 스트리트, 브릿지톤, 뉴저지.’ 사진 안에는 두 사람이 있습니다. KPC, 그리고 KPC와 똑 닮은 7살 즈음의 아이. 그런데 이 주소, 불과 일주일 전에 살인사건이 난 곳이 아니던가요? 기사를 본 일이 있는데.
당신의 이름을 알려주세요. 당신의 소원은 무엇인가요? 당신의 존재는 인식되고 있나요? 당신은… 더 이상 외롭지 않나요?
활시위를 당기고 목표물을 조준한다. 숨을 들이마시고 호흡이 멈춘다. 그 손을 벗어난 화살이 날아왔을 때. 나의 마음은 산산조각 나버렸어.
레이코와 돌연 연락이 끊긴 것은 길은 얼마 전입니다. 겹겹이 쌓인 노구치의 문자와 부재중 끝에 겨우 닿은 전화 한 통 또한 최근의 일이죠. 환희에 찬 레이코의 목소리가 아직까지도 머릿속에서 맴돕니다. "저, 아이가 생겼어요." 노구치의 손에 들린 주소는 난생 처음 들어보는 곳입니다. 흑록의 녹음을 가르고 오지의 심장으로 들어가면 레이코가 기다리고 있을까요. 비포장도로의 흙이 자동차 바퀴에 덜그럭거리며 밟힙니다.
「죽은 자가 돌아오는 날이라고 하잖아.」 「혹시 몰라서…」 오늘은 할로윈, 노구치와 레이코는 유원지를 향해서 운전중입니다. 날씨가 별로 좋지 않네요. 가다보면 도로 중앙에 흰색 물체가 서 있습니다. 아니, 자세히 보니 결혼식에나 입을 법한 예복의 사람입니다. 아니, 더 자세히 보니 붉은 도끼를 들고 있습니다. 그 사람이 길을 막고 있는 탓에 비명을 지르며 브레이크를 밟습니다. 대체 무슨 일인지 말해보기도 전에 붉은 도끼가 차의 보닛에 박힙니다. 아니, 진짜 자세히 보니 이 사람은 노구치입니다. 물론, 레이코의 옆에서 소리를 지르고 있는 것도 노구치입니다.
눈이 내리는 겨울입니다. 버스를 타다 깜빡 졸아버린 당신과 친구가 눈을 뜬 곳은 마지막 정차역입니다. 버스는 하루에 한 대만 지나간다는 아주 작은 시골 마을. 어두운 밤 갑작스럽게 찾아온 폭설에 여러분은 마을 안으로 들어가 머물 곳을 찾아보기로 합니다.
“외로움의 끝은 어떻게 날까.” 어느 무더운 여름입니다. 새까만 아스팔트와 시멘트, 벽돌로 이루어진 도시의 숲은 도통 이 무더위를 식혀 줄 수 있을 것 같지 않습니다. 정오의 햇살은 이 땅의 모든 그늘을 지워 버릴 듯 위협적으로 떠 있고 매미 소리는 시끄럽기만 합니다. 가만히 있는 것만으로 땀이 주르륵 흐르고 호흡 한 번에 폐까지 더운 김이 스미는 무덥기만 한 여름입니다. 하지만. 가을 같은 건 오지 않겠죠. 여러분은 20년째 끝나지 않는 여름을 보내고 있습니다. 멸망을 향해 가는 별 위에 서 있습니다. 구세주는 어디에 있을까요. 낙원은요. 우리는 이토록 고독한 멸망을 맞이해야만 하는 걸까요.
사흘 뒤 당신의 결혼식이 시작됩니다. 사랑이 필요치 않은 정략 결혼식. 가문의 위상을 위해 해내는 이 결혼식은 만인의 성대한 축복과 파티 속에서 이루어질 예정이라고 합니다. 상대 가문이 왕가와 연결된 대단한 집안이라나요. 오페라 하우스를 통째로 빌려 결혼 축하 파티와 식을 동시에 올릴 예정이라는 혼란스러운 일정 가운데 당신은 드디어 당신의 정략혼 대상, 배우자 될 이를 마주했습니다. 그리고 그 사람은, …KPC?