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후를 앞둔 PC 1이 오는 31일 마지막 미션에 돌입합니다. PC 1, 그랜드 피날레! 천왕성 탐사 프로젝트 'PC 1.' 최신형 탐사 안드로이드인 PC 1은 2000년 12월 25일에 하늘로 쏘아 올려졌습니다. 20년이라는 길다면 긴, 그러나 우주의 역사와 비교하면 찰나와 같은 시간 동안 이룩한 PC 1의 업적은 엄청납니다. 당신은 여정의 길목에 위치한 목성과 토성, 그들의 위성을 면밀히 살폈으며 미란다, 아리엘, 움브리엘, 티타니아, 오베론. 천왕성이 지휘하는 중요한 위성들의 표면 성분과 지형을 조사하고 천왕성의 검은색 얼음 고리와 자기장을 조사했습니다. 외로운 우주를 헤매는 동안 PC 2가 말벗이 되어주었죠. 구형 안드로이드인 PC 2는 인지와 연산 기능이 부족해 간단한 의사소통에도 10초씩 딜레이가 걸렸지만, 분명 든든한 친구였습니다. 이제 여정의 끝이 다가옵니다. 연료가 떨어졌거든요. PC 1의 최후의 미션은 천왕성의 대기권에 진입해 허공에서 불타 사라지는 것입니다. 이것이 PC1의 그랜드 피날레 미션, 죽음의 다이빙입니다. 지구 유기물이 천왕성 환경을 오염시키는 걸 방지하기 위해 지구의 과학자들이 내린 결정입니다. PC 1은 최후의 최후에도 천왕성의 대기와 표면 정보를 지구로 송신한 뒤 태양계에서 가장 추운 별을 무덤으로 삼게 될 겁니다. 뉴욕 타임즈, 타임, ABC, CNN, BBC. 세계의 언론은 앞다투어 PC 1의 업적을 일장연설합니다. 지구의 모든 인류가 당신의 죽음을 칭송합니다.
─미궁의 끝에 도달하면 내 나라의 모든 것을 주겠노라. 100년 전 부터 그런 말이 전설처럼 내려오는 섬의 한 미궁 던전. 모든이가 다양한 희망과 절망을 안고 그 미궁을 찾아오고 있습니다. 우리도 마찬가지죠. 연구, 현상금, 탐구, 사냥, 탐험, 돈… 찾아오는 목적은 조금씩 다르지만요! 뭐, 각자의 목적을 안고 들어온 것 까지는 좋은데… 누군가는 말하죠, 용기 있는 자가 보물을 얻는다! 반대로 말해보죠, 보물에는 언제나 위험이 도사리고 있습니다! 그걸 품은 미궁은 더 말할 것도 없지 않을까요? 네? 결론만 간단하게 말해달라구요? 우리는 이 던전 안에서 용에 쫓긴 채 고립되었습니다. 식량도, 짐도 사치일 뿐이에요! 몸은 건졌지만… 들러붙은 배꼽시계 꼬르륵, 눈앞이 흐리릿! 미궁 던전 안에선 아무리 소생 가능하다지만, 발견되지 못한 채로 여기서 죽고싶진 않다구요! ─우리.. 여기서 나갈 수 있을까요? 당신의 사명은 【미궁·던전에서 무사히 탈출하는 것】 입니다.
“외로움의 끝은 어떻게 날까.” 어느 무더운 여름입니다. 새까만 아스팔트와 시멘트, 벽돌로 이루어진 도시의 숲은 도통 이 무더위를 식혀 줄 수 있을 것 같지 않습니다. 정오의 햇살은 이 땅의 모든 그늘을 지워 버릴 듯 위협적으로 떠 있고 매미 소리는 시끄럽기만 합니다. 가만히 있는 것만으로 땀이 주르륵 흐르고 호흡 한 번에 폐까지 더운 김이 스미는 무덥기만 한 여름입니다. 하지만. 가을 같은 건 오지 않겠죠. 여러분은 20년째 끝나지 않는 여름을 보내고 있습니다. 멸망을 향해 가는 별 위에 서 있습니다. 구세주는 어디에 있을까요. 낙원은요. 우리는 이토록 고독한 멸망을 맞이해야만 하는 걸까요.